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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은 Kim Joeun mirobolus 20.07.14 - 20.08.28

거의 아무것도 아닌


당신이 경험하는 모든 일들은 당신에게 모종의 흔적을 남긴다.

당신이 그것을 인지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이 사실 앞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당신의 모든 경험은 당신에게 무언가를 반드시 덧붙인다.

어쩌면 당신이라는 사람 전체가 하나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흔적은 작용의 산물이다.

당신에게 어떤 흔적이 남았다면 그것은 당신이 또한 어떤 작용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눈은 사물을 보고 당신의 귀는 사물을 듣는다.

당신의 눈앞에 하나의 사물이 놓이면 당신은 이제까지의 당신을 이루고 있는 경험들로 눈앞의 사물을 생각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해석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해석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하지 않으면서 해석한다.

아니다.

당신은 그것을 생각하지도 그것을 해석하지도 않는다.

당신은 지금 그것이 당신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당신은 당신 앞에 있는 사물이 당신에게 환기하는 이제까지의 당신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당신이 겪고 있는 그것의 영향을 느끼는 당신 자신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

당신은 지금 사물에 대해 생각한다고 착각하면서 당신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지금 당신이 사물에서 느끼고 있는 것은 사물이 아닌 당신 자신이다.

하지만 당신 자신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빗나간다.

눈앞의 사물이 당신에게 느끼도록 강제하는 당신 자신이라는 효과가 당신을 이제까지의 당신과는 조금 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당신이 사물을 보고 있다고 생각할 때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이제까지의 당신 자신이다.

하지만 당신이 사물을 통해 이제까지의 당신 자신을 느끼는 동안 당신은 이제까지의 당신으로부터 조금씩 이탈한다.

바로 그 사물로 인해 당신은 당신 자신을 느끼면서도 당신 자신을 느끼고 있는 당신은 마침내 달라지고 마는 것이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 틈엔가, 당신은 그렇게 조금은 달라져 있다.

지금 당신 앞에는 하나의 사물, 하나의 공간이 놓여 있다.

하나의 공간 속에서 당신은 하나의 사물을 바라본다.

지금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당신 자신이다.

지금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 역시 당신 자신이다.

그렇게 당신은 당신 앞에 놓인 사물과 공간들을 통해 당신 자신을 느끼며 이제까지의 당신과는 조금 달라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우리는 이 일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꼭 그렇게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글. K